케이뉴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오류투성이 역사교과서, 검증 취소해야 마땅”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2 교과서 검토한 역사학자 “제도권 교육 안에서 역사관 바꾸려는 시도로 읽혀”

월드케이뉴스 | 기사입력 2024/09/08 [14:54]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오류투성이 역사교과서, 검증 취소해야 마땅”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2 교과서 검토한 역사학자 “제도권 교육 안에서 역사관 바꾸려는 시도로 읽혀”
월드케이뉴스 | 입력 : 2024/09/08 [14:54]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 선임기자 김승호



[월드케이뉴스] 김승호 기자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역사연구자이자,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다. 이 전 관장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진과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친일·독재 미화 등으로 논란이 된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검토했다. 지난 4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는 “교과서 전반에 식민사관과 좌파와 우파는 절대 통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스며 있다”며 “이런 책으로 학생들이 배우면 좌우 대립·분열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전문가 검토 결과 338건의 오류를 지적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락가락하는 용어들이다. 이는 (일부분이 아니라) 책의 전반에 드러난다. 교과서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한 근거다. 예컨대 일제강점기를 서술한 내용을 보면, 한 교과서 안에서 조선인이라고 썼다가 한국인이라고 썼다가, 조선정부, 대한제국 정부, 조선사, 한국사, 조선어, 한국어 등 용어가 혼재되어 있다. 단체명을 언급하면서는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를 한국광복운동연합회라고 쓴다거나, 조선민족혁명당이라고 썼다가 민족혁명당이라고 쓰기도 했다. 축약해서 썼다는 설명도 없거니와, 교과서에서는 이름 전체를 정확하게 써주는 게 좋다. 김구와 김원봉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김원봉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국장이라고 써놨다. 당시 이런 직책은 있지도 않았고 김원봉은 군무부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책 그 아래쪽 설명에는 군무부장이라고 썼다. 이 외에 잘못된 자료나 사진 등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오류가 잡히지 않은 것은 필진의 문제도 있지만 편집진도 역사를 잘 알고 편집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역사 용어 사용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이 교과서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전개에 관한) 지도를 그려놓고 “일본군의 최대 진출 지역”이라고 쓴 부분이 있다. ‘진출’이라는 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쓰던 용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군의 진출 지역이 아니라, ‘점령’ 지역이다. 이런 용어에서 집필진의 본색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이 책을 함께 검토한 어떤 교수님은 “곳곳에 마수를 숨겨놨다”고 표현하더라. 역사를 쓸 때는 단어 하나, 용어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용어를 쓰느냐에 따라 역사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을 가지고 학생들이 공부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진 역사관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역사전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교과서 논란도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쿠데타’라고 생각한다.”

 

역사 쿠데타란 뭔가.

 

“국민의 역사관을 바꾸겠다는 거다. 예를 들어 이 교과서의 문제로 여러 번 지적된 게 친일파였던 서정주 시인의 공과를 생각해보자는 거다. 서정주라는 이름을 들었지만, 이런 논리는 다른 친일파에도 다 적용될 수 있다. 친일파를 위한 변호의 장을 열어주는 셈이다. 과거 노골적인 친일 서술로 문제가 됐던 교학사 교과서만큼은 아니지만 일제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교과서를 학생들이 배웠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

 

“책이 원하는 대로 친일파의 문제뿐 아니라 공(공적)도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독립운동 과정은 서로 다른 이념과 노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통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 책은 독립운동 자체도 분열적인 시각에서 보는 데다 좌파와 우파는 절대 통합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전반적인 기조로 녹아 있다. 이런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심어져 성인으로 자라나면 좌우가 더 대립하고 분열할 수밖에 없다.”

 

이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 기준에 맞춰 무난하게 서술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 교과서 논란 다음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니 전략이 더는 노골적이지 않고, 은근해졌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에 문제가 됐던 교과서보다 나아 보이게 하는 거다. 일단 교과서로 한번 자리 잡고 나면, 학생들도 학부모도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다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뉴라이트 계열에서 어떻게라도 교과서를 만들어서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